제목 [한겨레 짬] “제 마음의 상처 먼저 꺼내놓으니 ‘상담의 힘’ 생겼어요”(김영아 소장)
작성자 센터지기 등록일 2022.01.24


김영아 그림책 심리성장연구소장은 2007년부터 ‘한겨레교육’에서 독서치료 교육을 해왔다.
내담자와 책을 함께 읽으며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이 수업 내용은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2009년·삼인)라는 책으로도 나와 주목을 받았다.
그는 5년 전부터 마음 치유 매체를 그림책으로도 돌려 내담자와 만나고 있다.
이 강의를 바탕으로 낸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2018년·사우)은 벌써 6쇄를 찍었단다.
그는 새달 16일부터 6주 동안 한겨레교육에서 마음치료 프로그램 ‘그림책으로 나를 만나는 여행’ 강의를 한다.
지난 1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김 소장을 만났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를 보면 저자가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같은 책을 매개로
내담자들이 꽁꽁 감춘 상처를 마주하도록 이끌어 궁극적으로는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고부갈등으로 힘겨워하던 며느리는 암탉의 진정한 모성을 그린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시모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한 내담자는 가난한 달동네를 배경으로 가정폭력 등 온갖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이 나오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매개로
어린 시절 자신의 상처를 바로 볼 수 있었단다.

지난 15년 동안 수천 명을 독서치료로 만났다는 김 소장은 이 수업의 효능을 이렇게 풀었다.
“책을 읽고 소감을 말하는 중간중간 제가 ‘치료적 발문’으로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예컨대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는 ‘자, 혹시 이 책을 읽으며 나한테도 주인공들에게서 보이는 이런 비슷한 감정은 없는지, 또 때로 울컥울컥 분노가 치솟는 일은 없는지 한번 말해보세요’라고 물어요. 여기에 이끌려 누군가 용기 내어 먼저 자기 이야기를 풀면 이에 힘입어 다른 분들도 이야기하죠. 끝내 입을 다물었던 사람도 수업 중 마음이 흔들렸다면 치유 효과를 본 거죠.”

독서를 통한 마음치유의 장점은 뭘까?
“치유를 위해선 반드시 자기 상처를 직면하는 단계가 필요해요.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요. 고도의 숙련된 상담가가 아니면 오히려 상처를 키우고 저항도 생깁니다. 하지만 책을 매개로 하면 이 과정이 좀 더 쉬워요. 사람들이 책의 등장인물이나 상황과 동일시해서죠. 이야기가 풍부한 것도 장점이죠. 같은 문제로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도 아파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어떤 상황에 대한 다양한 관점도 접하면서 상처 치유에 도움을 받죠.”

이화여대 국문과 86학번인 그는 대학 4학년 때 직접 보습학원을 차려 논술을 가르쳤단다.
“대학 다니며 야학 활동을 했어요. 그때부터 공교육 바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열정을 키운 것 같아요.”
결혼하고도 학원을 하며 논술 강사로 바삐 살던 그는 만 36살 되던 2004년 이화여대 대학원에 들어가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7년 뒤에는 서울기독교대에서 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뒤늦게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데는 사연이 있다.
“7살 큰 아이에게 어느날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는 원형탈모증이 생겼어요. 제가 얼마나 아이를 무심하고 이기적으로 대했는지 그제야 깨달았죠. 제 마음의 열등감과 자기 비하의 그림자가 그 아이에게 드리워졌던 거죠. 뒤늦게 대학원 공부를 한 가장 큰 계기였죠.”

어린 시절 가난과 외모 열등감은 오랜 기간 그를 짓누른 상처의 뿌리였단다.
“제가 안면기형으로 태어나 지금껏 코 수술을 세 번 했어요. 40대 초에 한 마지막 수술이 잘되어 지금은 나은 편이지만 처음 두 번은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외모 열등감이 무척 컸죠.”

그는 초등 6학년 때 고향인 경기 문산에서 서울로 기차통학을 하다,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죽음의 고비를 겪기도 했다.
“서울에 따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새벽 6시에 일어나 통학을 해야 했어요. 제 사고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몇 년간 기차통학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죠.”

그는 지금은 자신의 상처를 내어놓을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이는 자신이 하는 독서치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단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제 마음을 먼저 내어놓아야 해요. 제 강의를 듣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많이 하는데, 아마 저한테 과거의 아픔을 고백할 수 있는 힘이 붙어서겠죠.”

요즘은 그림책을 더 비중있게 치료 매체로 활용한다는 김 소장은 그 이유를 두고 “현대인의 바쁜 삶 등 시대 변화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림책 치료 효과는)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보는 거야’라는 생각만 내려놓는다면 100%이죠.”
그간 가장 기억에 남는 독서치료도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인 <마음책>을 내담자와 함께 읽었을 때였단다.
“남편에게 종속적인 삶을 살면서 자살 시도까지 했던 분인데 <마음책>을 같이 보고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일상도 회복했어요.”

그가 쓴 독서치료 체험기를 살피면 내담자들의 상처 대부분은 부모와 같이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온다.
세상의 부모와 자식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 하나를 구하자
그는 “부모도 자식도 독단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묶여있는 체계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계도를 그려보면 부모에서 자식으로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잖아요. 사랑이나 화해, 용서도 먼저 부모가 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론이나 제 경험상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요즘 독서치료로 만난 2030세대는 20년 전과 견줘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많이 다르지는 않아요. 그래도 하나 꼽자면 20년 전이 지금보다 더 주체적이고 용감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자기 상처를 바라보고 문제를 파악하면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는데 지금은 방향 전환에서 주저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주성이 부족한 거죠. 취업이 쉽지 않아 부모 경제력에 의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탓도 있겠죠.”

그가 보기에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한국의 아이들은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 부목도 대지 않고 절뚝거리며 달리기 대열에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사회가 이들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살면서 무엇을 해야 스스로 행복할지에 대해 사회가 좀 더 시야를 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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