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 시인에게 묻다] 항상 시에 대해 궁금했지만 차마 시인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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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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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김근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시창작 강의를 시작한 지 십 년이다. 그 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의실을 거쳐 갔다. 아직도 종종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고, 불쑥 강의를 듣겠다고 다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몇몇은 등단을 해 시인이 되기도 했고, 몇몇은 자신의 이름을 단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들 중 몇몇은 내 강의에서 처음 시를 써 본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시에 감염(?)되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시인이 되었다. 아직 신춘문예나 문예지신인상 최종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도 더러 있는데, 그들 역시 고통스럽게 시를 견디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물론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시창작 강의가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만을 위한 강의는 아니다. 시를 처음 읽어본 사람, 시라곤 써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들이 나는 앞서 말한 사람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시를 오랫동안 읽고 써온 사람들뿐 아니라 시를 좀더 자세히 읽고 싶은 사람들, 자신을 표현할 수단이 하필 시여야만 하는 사람들이나 시에 대한 아주 감상적이고 순진한 생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조차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서로의 언어에 대한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않는 강의실의 풍경은 선생인 내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십 년 동안 거의 매번 강의 뒤풀이를 하고 있는데, 그 뒤풀이 술자리에서 오가는 스스럼없는 대화는 강의실에서 다하지 못한, 차마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나는 그 수다들에 매혹되어서 여태 강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나는 묻곤 한다. “뭐하러 그까짓 시를 쓰겠다고 여기 왔느냐” 혹은 “시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애를 쓰느냐”고. 그 질문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수줍어하며 우물쭈물 대답을 미루곤 한다. 하지만 왜 모르겠는가.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자기 언어가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도 막막한데, 도저히 시가 아니면 안 되겠는 그런 심정, 해서 몸부림치면서도 꾸역꾸역 써내고 지우고 혹은 찢고 발기고도 다시 쓸 수밖에 없는 그 괴로움을. 내 강의는 그런 고민들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는 장이기기도 하다는 사실을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나는 시가 새로운 꿈을 꾸는 자의 언어라고 믿어왔다. 그 새로운 꿈의 언어를 통해 자신을, 세계를 넘어서려는 자의 언어라는 믿음. 내 강의에 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한 채씩의 꿈꾸기라고 생각하며 강의해왔다. 조금 더 지어지고 조금 덜 지어진, 속도가 조금씩 다른 모두 시들인 것이다. 그러니 따로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이 있을 리 없다. 각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시를 완성해갈 뿐이다. 나는 거기서 길잡이 역할을 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적 많다. 이 연재는 그 때문에 마련된 조그만 답변들이다. 시 내부가 아니라 시 바깥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답답함이 조금쯤 풀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준비했다.

역시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는, 오랜 동료인 이영주 시인과 함께 의논하면서 질문들을 뽑고 서로 번갈아 가며 그 질문들에 답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15년 동안 함께 한 시 이야기도 이 글들에 녹아들 것이다. 또한 선생 노릇을 하는 둘의 고민들도 조금쯤 배어날 것이다. 하여 이 글은 답변이 아니라 또다른 질문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둘에게도, 당신들에도 시는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라는 그치지 않는 질문이 있고, 우리가 시를 그만두지 않는 동안에는 그 질문과 답을 찾는 고통스럽고 행복한 언어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근 (시인)

1973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이월」 외 네 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불편> 동인. 중앙대, 동덕여대 등에서 시창작을 강의해왔다.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출판브랜드 <서랍의날씨> 기획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공동희곡집 『위대한 유산』, 시집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가 있다.